[역학칼럼] 주역에 '믿을 신(信)'이 없는 까닭은?

2015-06-18 13:11:29
주역(周易)에는 ‘믿을 신(信)’ 자가 없고, 천자문에는 ‘봄 춘(春)’ 자가 없다.

왜 周易에는 ‘믿을 신(信)’ 자가 없을까? 물론 주역의 작자가 활동했던 당시에는 ‘信’이라는 글자를 사용하지 않고 같은 의미의 다른 글자인 ‘믿을 부(孚)’를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고, 사람[人]의 말[言]은 믿을 수 없기 때문에 어미가 자식을 안고 있는 모양의 ‘孚’자를 썼을지도 모른다.

그러면 왜 천자문에는 ‘봄 춘(春)’ 자가 없을까? 천자문의 저자와 편찬 경위가 정설로 굳어지지는 않아서 그 까닭 역시 명확하게 알 수는 없다. 하지만 천자문의 저자로서 다수설에 해당하는 중국 남조(南朝) 양(梁)나라 무제(武帝)의 신하인 주흥사(周興嗣) 보다도 600여년 후의 역학자인 소강절(邵康節)의 시를 보면 그 까닭을 짐작할 수 있다.

이목총명남자신(耳目聰明男子身) 귀와 눈이 총명한 대장부의 몸을
홍균부여불위빈(洪鈞賦與不爲貧) 홍균[조물주]께서 주셨으니 부족하지 않네.
수탐월굴방지물(須探月窟方知物) 무릇 월굴(月窟)을 알아야 만물을 알고
미섭천근기식인(未攝天根豈識人) 천근(天根)을 모르면서 어찌 사람을 알 것인가.

건우손시관월굴(乾遇巽時觀月屈) 건(乾)이 손(巽)을 볼 때 월굴(月窟)을 볼 것이요,
지봉뢰처견천근(地逢雷處見天根) 땅에서는 뢰(雷)를 만나는 곳에서 천근(天根)을 볼 것이다.
천근월굴한래왕(天根月屈閑來往) 천근(天根)과 월굴(月窟)이 소리없이 오고 가니
삼십육궁도시춘(三十六宮都是春) 일년 삼백육십오일 모두가 봄이로구나.

우주는 사계절 가운데 늘 '봄'이라는 의미에서 '春'자가 없다고 한다. 사진은 한려해상국립공원 구역인 경남 통영시 산양읍 달아공원에서 바라본 일몰광경. /뉴시스
우주는 사계절 가운데 늘 '봄'이라는 의미에서 '春'자가 없다고 한다. 사진은 한려해상국립공원 구역인 경남 통영시 산양읍 달아공원에서 바라본 일몰광경. /뉴시스
귀와 눈(耳目)이 총명(聰明)하다는 것은 눈과 귀가 살아 있다는 말이고, 이 뜻은 잘 보고 잘 듣는다는 뜻이다. 아니 봐야 하는 것은 볼 수 있고, 들어야 하는 것은 들을 수 있다는 말이다. 이는 달마대사가 혜가에게 말한 ‘행하기 어려운 것을 능히 행하고, 견디기 어려운 것을 능히 견디는[難行能行 難忍能忍]’ 부처의 경지와 다름이 아닐 것이다.

천근(天根)과 월굴(月窟)이라는 것은 앞으로도 주로 다루게 될 음양(陰陽)을 이르는 말이다. ‘한(閑)’이라는 글자는 한가하다, 막다, 조용하다는 뜻으로 주로 쓰이지만 이곳에서는 끊임이 없다는 의미로 보는 것이 옳을 듯하다. 건(乾)이나 손(巽), 뢰(雷) 등은 주역의 괘상을 이르는 것인데 이곳에서는 일년 열두달의 변화 과정을 표현하기 위하여 사용한 것이다.

어찌됐든 주역의 이론에 대해서는 앞으로 천천히 살펴보기로 하고 오늘은 이 시의 후반부를 다시 한번 보기로 하자. 이곳에서 강절 선생은 봄이 가면 여름이 오고, 여름이 가면 가을이 오는 사시사철의 변화를 이야기하면서 이 끊이지 않는 자연의 순환이 만화방창(萬化方暢)한 봄의 모습 그대로라고 찬탄하고 있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천자문의 작가 역시 지구를 포함한 우주 모든 만물을 탄생과 회멸을 무한 반복하는 생명체로 여겼음이 아닐까. 우주 자체가 봄이기 때문에 천자문에는 굳이 ‘봄 춘(春)’ 자를 넣을 필요를 느끼지 못했음이 아닐까.

인간의 생존 의미가 정치사회적이든, 생존적이든, 아니면 다른 의미이든 인간으로서 가장 추구해야할 가치는 생명 존중에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살리는 정신. 이 살리는 정신이야 말로 상대가 있어야 내가 있을 수 있다는 마음이고, 이 살리는 정신이야 말로 명(命)의 이치를 다루는 명리에서의 대궁(對宮)에 관한 내용이자, 죽는 것이 곧 사는 것이라는 풍수의 믿음이며 동양 역학의 기본인 음양(陰陽) 사상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역에서는 어미가 자식을 살리는 마음을 ‘孚’라는 글자로 표현했고, 소강절 선생은 우주가 인간을 살리는 마음이 사시사철 항상 봄[春]이라고 말한 것이다.

주역(周易)에는 ‘믿을 신(信)’ 자가 없고, 천자문에는 ‘봄 춘(春)’ 자가 없다. 과연 그럴까? 하고 의문을 갖는 독자가 있다면 직접 찾아보아도 괜찮다. 그 글자를 찾기 위해서 주역의 글자를 뒤지다가 혹은 천자문을 다시금 공부하다가 우리의 선조들이 남겨준 미지의 지혜속으로 빠져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큰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와 같이,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과 같이,
흙탕물에 더럽혀지지 않는 연꽃과 같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숫타니파타" 말씀 중에서

산음 신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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