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후예’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지 말입니다

[노대홍의 한 끗 차이 생각(252)]

2016-04-05 06:23:46
'태양의 후예' 송중기-송혜교의 멜로 장면.
'태양의 후예' 송중기-송혜교의 멜로 장면.
우리나라와 아시아 여성들은 물론 세계 각국 지도자들까지 애국심을 고취시킨다며 극찬(極讚)한 ‘태양의 후예’ 유시진 대위(송중기 분)는 원래 특전사 장교가 아니라 의사였다. 그것도 탐욕이 가득한 출세 지향적 에고이스트였다. 그러니까 “헤프게 굴지 말고 강 선생은 이 시간 이후로 내 생각만 합니다.”라는 이 대사가 까딱했으면 세상에 태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태양의 후예’는 2011년 대한민국 스토리 공모대전에서 우수상을 받은 ‘국경없는 의사회’가 원작이다. ‘국경없는 의사회’ 시놉시스(줄거리)에 따르면 유시진과 서대영(진구 분)은 특전사 군인이 아닌 의사였고 윤명주(김지원 분)는 간호사였다. 특전사가 원작에 등장하지만 조연에 불과하다. 원작과 시나리오의 배경은 같다. 인도네시아 파당섬에 있는 우르크 지역인데 이곳에 진도 8.3의 강진이 발생하면서 혜성병원 의료진과 예비역 특전사 출신 정예(精銳)인력이 현지로 급파된다. 드라마에선 긴급구호 의료팀장을 강모연(송혜교 분)이 맡지만 원작에선 신(神)의 손을 지닌 천재 외과의사 유시진이 이끈다.

주인공의 로맨스 비중도 드라마에서처럼 절대적이지 않다. 영국 BBC는 ‘아시아를 휩쓴 한국군대 로맨스’라며 태양의 후예 열풍을 보도했지만 원작은 아비규환(阿鼻叫喚)의 재난현장에서 생명을 살리려 분투하는 의사들의 우정과 사랑 그리고 인류애(人類愛)를 그렸다. 여기에 스릴러와 스펙터클이 결합한 설정이다. 대지진으로 냉전시대 때 버려진 생물학 무기 창고가 발견된다. 이곳에 숨겨져 있던 대량살상무기를 둘러싸고 무장반군과 유엔군이 전투를 벌인다.

이 방대(尨大)한 대작(大作)이 달콤한 멜로드라마로 변신한 계기는 로맨틱 코미디의 여왕으로 불리는 김은숙 작가가 합류하면서 부터다. 원작 김원석 작가도 “불만은 없다. 원작은 원작일 뿐이다”라는 반응이다. 태양의 후예가 폭발적인 인기를 타게 된 데는 송중기를 의사에서 특전사 장교로 바꾼 ‘신(神)의 한 수’가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중평(衆評)이다. 하지만 작품완성도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송중기는 “후반부로 갈수록 깊이가 더해진다. 의사와 군인의 철학 및 진한 인류애를 느낄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하지만 종영을 2주 앞두고도 드라마는 여전히 ‘기승전(起承轉)의 멜로’를 되풀이하는 중이다. 따라서 인류애는 잠깐이고 송-송 커플의 러브신만 이어지니 민망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특전사답게 선이 굵고 호쾌(豪快)한 액션이 가미된다면 훨씬 멋있게 보일 것이다. 태권도를 변형한 특공무술의 가공할 위력을 곁들여 한국군의 우수성을 은근히 자랑할 수도 있다. 이제 결(結)에서 영원히 잊지 못할 강력한 인상을 남겨 한류의 대미(大尾)가 장식되어지기를 기대하는 마음 간절하다.

노대홍 천지인문화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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