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박사의 재미있는 브레인 톡톡(7)] 우리 뇌의 시간여행과 세월의 상대성 이론…나이들수록 시간이 빨리 흐르는 이유는?

2016-09-13 06:00:14
독자 여러분! 한 주 동안 뇌 관리는 잘 하셨습니까? 보이지는 않지만 여러분들의 뇌세포 기능이 여유롭게 조정되면 세상도 좀 천천히 흘러간다는 생각을 하게 될 것입니다. 물론 뇌는 선택을 ‘정당화’하는 도구이기 때문에 착시일 수도 있겠지만요. 신경생물학자 로저 스페리(Roger Sperry)는 “뇌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알아보는 기계가 아니고 나의 선택을 정당화하는 기계이다.”라고 뇌를 정의하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착시현상을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이지요. 뇌과학에서 밝혀진 바에 의하면 시간 개념도 착시현상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나중에 이야기를 좀 더 깊이 있게 하겠습니다만, 이게 무슨 이야기냐 하면 뇌에서 착시현상은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시간이 빨리 지나간다는 것입니다.

이제 더위도 가고 조석으로는 오감을 통해서 청량감을 느낄 수 있는 계절이 왔습니다. 우연일지 모릅니다만, 몇 년 전 환갑을 넘기고부터 예전보다 세월이 훨씬 빠르게 지나간다는 느낌이 듭니다. “세월 참 빠르다!”는 이야기는 누구나 자주 쓰는 일반적인 말입니다. 우리는 나이를 먹을수록 시간이 빨리 흐르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사실을 개인적인 경험을 통해서 알고 있을 것입니다. 시간이 점점 빨리 흐르기 때문에 한 해 한 해가 자꾸 줄어듭니다. 마흔 살, 쉰 살 생일이 지나면, 열다섯 살이나 스무 살 때에 비해 1년의 길이가 훌쩍 줄어든 것처럼 느껴지게 됩니다. 시간이 빨라지는 것처럼 보이는 이 신비한 현상은 왜 생기는 걸까요? 곰곰이 생각하다 오늘은 ‘시간의 지나감’에 대해서 함께 이야기 해 볼 생각을 했습니다. 좀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 ‘우리 뇌 안에서 일어나는 세월의 상대성 이론’을 뇌과학으로 풀어보자는 것이죠. 당초 글 쓰는 순서나 계획대로라면 후각, 감정, 동기부여, 행동 등 다양한 자율신경기능에 관여하는 일련의 대뇌구조물 집합인 변연계(limbic system)를 다룰 생각이었는데 너무 어려운 공부를 많이 한 우리 뇌를 좀 쉬게 해주자는 의미에서 평소 누구에게나 관심이 많은 주제를 선택했습니다.

뇌착시현상
뇌착시현상
다른 말을 빌려서 시간을 표현하면 하루, 한 주, 한 달, 한 철, 한 해 등 단위별로 다양한 단어를 사용합니다. 위 주제에서 말하는 ‘세월의 흐름’은 이런 단위의 묶음 정도가 흘러간다고 의미를 새기면 될 것 같습니다. 오늘도 해 뜨고 해 지는 것을 봅니다. 일상생활을 하는 하루는 태양을 바라보는 지구의 자전으로 인해 만들어진 것입니다. 지구가 돌면서 어느 면이 태양을 바라보느냐에 따라 낮과 밤이 결정됩니다. 태양빛을 받는 지역이 낮이면 태양빛을 등지게 되는 지역은 밤이 되는 자연 현상이죠. 지구에서 바라보면 해가 뜨고 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태양은 움직이지 않고 지구가 자전하는 즉, 24시간을 기준으로 태양을 한 바퀴 회전하는 것이 그렇게 나타난 결과입니다. 사실 우주공간에는 밤낮이 없는 것이죠. 태양이 스스로 ‘어두웠다, 밝았다’하는 작용은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영국의 물리학자 줄리안 바버(Julian Barbour)의 이론에 의하면 ‘시간은 환상’이라고 말합니다. 즉 “시간은 하나의 ‘지금’에서 다른 ‘지금’으로 흘러가는 것이 아니다. ‘지금’들은 영원히 존재하지만 ‘플라토니아’라는 추상적 공간의 물리학에 의해 정해진 배열을 갖고 있다. 그러므로 어떤 지금들은 서로 연관성을 갖고 있어서 시간이 흐르고 있다는 착각을 일으킨다. 사실 세상에 존재하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무엇인가가 어떤 상태에 있다는 것은 환상이다.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환상이다.”라고 주장합니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는 객관적 실재가 아니고 마음이 만들어 낸 상(相)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그 논리적 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과거는 이미 지나가 버린 것이므로 존재하지 않고, 우리의 기억에만 남아 있을 뿐이며, 우리는 미래가 오는 것을 예상할 수는 있지만,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으므로 당연히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현재는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따져보면 1초 전도 과거이고, 10분의 1초전도 과거입니다. 결론적으로 현재의 시간은 길이가 제로(0)이고, 따라서 없게 되는 것입니다. 과거와 미래는 우리의 기억과 예상에만 있고, 현재라는 것은 논리적으로는 영과 다름없음을 알 수 있습니다.

상대성이론에 의하면 광속으로 움직이는 물체는 시간이 흐르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인간은 어쩔 수 없이 과거와 현재, 미래라는 시간의 개념에 갇혀 살고 있습니다. 과거와 현재, 미래는 시간이라는 명확한 개념을 내포하고 있지요.

이렇게 다양한 의견들이 존재하지만, 시간의 개념적 실체를 인정하지 않으면 뇌가 인식하는 시간의 상대성을 풀어나갈 수 없게 됩니다. 따라서 시간의 존재성을 인정하는 전제 하에서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이미 언급했지만, 우리 뇌에서는 시간도 착시현상이라는 것입니다. 이게 무슨 이야기냐 하면 뇌에서 착시현상은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시간이 빨리 지나간다는 것입니다. 지금 살고 있는 우리들만 느끼는 것이 아니고 이 세상 사람들 모두가 느끼고 역사적으로도 항상 느껴 온 것입니다.

시간과 나이의 상관관계를 살펴보면 젊을수록 정보를 처리하는 양이 많고, 나이들수록 정보를 처리하는 양이 줄어들면서 시간이 더 빨리 가는 것처럼 느껴진다.
시간과 나이의 상관관계를 살펴보면 젊을수록 정보를 처리하는 양이 많고, 나이들수록 정보를 처리하는 양이 줄어들면서 시간이 더 빨리 가는 것처럼 느껴진다.
어렸을 때는 한 달이 지나가는데 아주 많은 시간이 걸리는 것처럼 느끼는데 나이가 들었다고 생각하면 1년 지나가는 것이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지고, 어느새 새해가 오는가 하면, 또 엊그제 1월이었는데 9월이 오고 시간이 아주 빨리 지나갑니다. 개념적으로 1분은 60초, 하루 24시간은 언제나 누구에게나 똑같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빨리 흐른다고 느끼며 살고 있습니다. 시간이 스스로 빨리 가는 것일까요? 10대엔 시속 10㎞, 20대엔 시속 20㎞로 흘렀던 시간이 50대엔 50㎞, 60대엔 60㎞로 점점 빨리 흘러간다는 생각이 듭니다. 돌이켜보면 열 살에서 스무 살이 될 때까진 여름의 긴 장마처럼 지루하리만큼 긴 시간을 기다렸는데, 나이가 드니까 계절도 빠르게 변하고 세월도 쏜살같이 흘러 엊그제 마흔을 시작했는데 얼마 안 돼서 쉰이 됐고, 곧바로 환갑을 훌쩍 지나왔습니다. 도대체 시간이라는 놈은 왜 이리도 빠르게 흘러가는 걸까요?

우리가 같은 세상을 살고 있는데 어렸을 때는 시간이 더 길게 느껴지고, 나이가 들었을 때는 왜 더 짧게 느껴질까요? 뇌과학에서 밝혀졌는데, 나이 든 사람들에게는 우울한 이야기일 수 있습니다. 그 이유는 이렇습니다. 어렸을 때는 뇌 신경세포들의 정보처리 속도가 훨씬 더 빠르게 나타났습니다. 이 이야기는 어렸을 때의 뇌가 세상을 좀 더 자주 볼 수가 있다는 데 있어요. 정보처리 속도가 더 빠르기 때문에 세상을 더 자주 본다고 하는 것은 슬로우 모션으로 본다는 이야기입니다. 슬로우 모션 비디오는 많은 것을 보여줍니다. 짧은 시간에 더 많은 프레임을 촬영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정확히 말씀드리면 초당 프레임(FPS, Frame per second), 즉 물체의 이미지를 연속으로 연결해서 표시했을 때 마치 이것이 실제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는 것을 말합니다. 우리의 뇌를 동영상이라고 가정하면 어떤 동영상이 60fps라고 할 때, 그 영상이 우리에게 1초에 60장의 이미지를 보여준다는 뜻입니다. 영화는 주로 1초에 24장, 방송은 30장에서 60장까지의 정지화면을 이어붙인 것이 슬로우 모션 비디오 영상입니다. 1초 동안 24장 혹은 60장을 찍어야 현실의 1초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총알이 어떻게 폭발하는지, 새들은 어떻게 날아가는지, 도마뱀이 어떻게 물위를 뛰어가는지 등은 모두 슬로우 모션 비디오를 통해서 확인이 가능합니다. 이처럼 어렸을 때는 같은 세상을 살지만 세상을 나무를 보듯 하며, 세세하게 훨씬 더 자주 샘플링 하니까 기억에 들어가는 정보량이 더 많게 됩니다. 그래서 슬로우 모션으로 보인다는 것이고, 나이 들면 숲을 보는 것처럼 대강대강 샘플링 하니까 훨씬 더 시간이 빠르게 지나가는 것처럼 느낀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세월의 흐름을 어쩔 수 없는 일로 받아들이고 자꾸만 빨라지는 자신의 시계를 지켜만 보고 있어야 할까요? 우리가 더 오래 살고 싶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생물학적으로 오래 살고 싶으면 운동을 열심히 규칙적으로 하고, 섭생을 잘 해서 건강하게 생명을 연장하면서 살면 되겠지만 의미 있는 시간을 만들어 가며 사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자신의 생체시계가 자꾸 빨라지는 것처럼 느껴진다면 시간을 천천히 흘러가도록 해야 합니다. 우리가 인지적으로 인생을 길게 살고 싶다면 세상을 좀 더 자주 샘플링 하는 방법이 필요합니다. 또한 도파민 수치를 증가시켜 선조체의 시간 감각 회로를 빠르게 진동시키면 시간을 길게 늘어뜨릴 수 있습니다. 지속 가능한 방법은 아닙니다만, 커피를 마시면 커피의 카페인 성분이 신경세포의 속도를 올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문제는 효과가 5분으로 짧다는데 있죠. 집중을 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집중하는 순간 정보전달 속도가 빨라지는데 이것 역시 우리가 하루 종일 집중할 수 있는 방법은 아니죠.

삶에 집중을 하게 되면 우리의 뇌에는 지금 이 순간이 슬로우 모션으로 입력되어 기억될 것입니다. 지금 이 순간이 너무 고통스럽다면 집중하지 않으면 됩니다. 어차피 기억에 입력되지 않거나 사라질 테니까요. 그러니까 기억에 입력되지 않으면 나중에 뇌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종종 젊은 사람에게 조언하는 것을 봅니다. ‘네 인생의 주인공이 되라. 결코 조연이 되지 말라’고 이야기 하는데요, 사실 주인공보다 더 좋은 역할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감독이 되는 겁니다. 결국 이런 방법을 사용하면 내가 내 인생을 알맞게 편집할 수 있게 되는 이점이 있습니다. 내게 소중한 순간은 기억에 남도록 슬로우 모션으로 남겨두고 고통스런 시간들은 약간 압축하거나 사라지도록 편집하면 좋을 것이라는 상상을 해 봅니다. 좀 길었지요?

한가위 중추가절, 뇌가 자기조절 능력을 잘 발휘하도록 해서 건강한 명절이 되시길 빕니다.

브레인닥터 김종상 원광디지털대학교 교수(Ph.D. neurosci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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