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박사의 재미있는 브레인 톡톡(8)] 깊은 곳에 숨은 포유류의 뇌(변연계)는 무슨 일을 하는가?

2016-09-23 07:35:18
인간의 의식 활동은 냉철한 이성의 지배를 받기보다 느낌과 감정이라는 정서에 물들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의식 활동의 주요한 내용이 감정으로부터 중립적일 수 없게 되는 것입니다. 인간의 경우에는 집단을 이루고 문화가 형성되면서 관계의 복잡성에서 비롯된 수많은 조건들이 불규칙적인 정보로 계속 입력됩니다. 그것들은 표준화나 정례화 되어 있지 않아서 예기치 않은 것들에 대해 우리의 뇌는 동일한 반응을 보일 수 없게 됩니다. 그 결과 새로운 정보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감정과 느낌을 기반으로 한 판단력이 꼭 필요하게 됩니다. 뇌가 진화하는 과정에서 생존, 즉 불확실한 입력에 대해 반응하기 위한 도구로써 감정과 느낌이 판단력의 근거가 된 것이지요.

감정은 편도와 해마가 주로 작동하는 뇌 안에서 변연계(limbic system)를 중심으로 조직되는 즐겁거나 불유쾌한 마음의 상태라고 뇌과학은 말합니다. 대뇌 변연계는 뇌의 깊은 곳에 숨어서 중요한 일들을 하는 기관이죠. 뇌에서 느낌과 감정을 만들어내는 부위이자, 감정에 대한 내장 반응, 즉 심장박동수의 상승, 발한 등을 일으키는 곳이 변연계라는 곳입니다.

“성질대로 살지 마라”는 말은 ‘감정을 잘 다스리라’는 말과 다르지 않습니다. 자기조절을 잘 해서 삶이 더 자유롭게 흐르도록 하고 관계를 원활히 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입니다.

어느 통속 소설의 한 대목을 같이 공감해 볼까요? 일상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내용입니다. 말투나 행동으로 봐서 등장인물 둘 다 성질들이 만만치가 않군요. 모두 감정이 우세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자기조절능력이 떨어진다고 할 수 있지요.

“하, 어린놈이 어디서 굴러먹었는지 성질한 번 더럽네. 내, 인생 선배로서 충고하는데 이런 식으로 세상 함부로 막 살지 마라. 그렇지 않아도 짧은 인생 더 짧아지고 싶지 않으면 말이다. 허 이놈 보게, 그래도 어따 대고 눈을 부라려! 노려보면 어쩔 건데? 잘 하면 한 대 치겠다.”

우리는 이미 지난 시간에 영장류의 뇌인 대뇌피질과 더 원시적이고, 더 오래된 파충류의 뇌를 들여다보았습니다. 이번 주제는 감정과 본능의 원천이며, 이 부분이 자극되면 특정 생각과 감정이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 부위는 주로 편도체, 시상하부와 해마로 이루어져 있으며 반드시 대뇌피질과 연관되어야만 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지요. 그 이름 하여 포유류로 진화된 뇌, 변연계에 대해서 함께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대뇌변연계라는 용어의 유래를 찾아보면 이렇습니다.

1878년 프랑스 신경학자인 브로카(P. Broca)가 대뇌반구 내측 벽에 대뇌피질 아래로 고리처럼 감겨져 있는 구조에 주목하여 대변연엽(le grand lobe limbique)이라고 명명한 것이 단초를 제공한 것입니다. 그 후 1952년 폴 맥클린(P. MacLean)은 대변연엽과 상호 연락하는 피질하핵에서 형성되는 신경회로가 정동(情動)형성 및 표출과 관계가 있다는 학문적 결론에 따라 그 회로를 변연계(邊緣系)라고 명명하게 된 것입니다. 폴 맥클린은 진화학적 관점에서 본 인간의 뇌구조를 설명하기 위한 모델로 삼위일체뇌(Triune Brain)를 제시한 미국의 의사이자 신경과학자입니다.

오래된 포유류의 뇌, 즉 변연계는 중간층에 위치해 있으며 안쪽의 뇌간이라는 파충류의 뇌를 둘러싸고 있지요. 물론 변연계 위로 바깥층이라고 하는 대뇌피질이 변연계를 포위하고 있는 형태로 뇌 구조를 이루고 있습니다.

변연계는 포유류 이상의 고등 동물만 가지고 있습니다. 자기가 낳은 자식을 따스하게 품고 먹이를 주고, 다른 동물들로부터 보호해 준다는 점에서 부모의 자식사랑은 포유류에서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지요. 변연계를 가진 포유동물은 자식들에게 노래를 불러주고 놀아주기도 합니다. 바로 이 변연계에서 사랑의 감정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변연계에는 어미와 어린 새끼가 상호 의존적으로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어미는 어린새끼를 돌봐주고, 새끼는 어미에게 의존하여 보호받기 위해서 사랑이라는 감정이 발달했다고 합니다. 사랑이라는 감정은 동물의 생존을 위한 하나의 감지능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식과 부모의 깊은 정서적 교감은 대뇌변연계에서 이루어지며 이를 '대뇌변연계 공명'이라고 한답니다. 강아지가 주인에게 꼬리를 치면서 애정을 표현하는 것도, 낯선 사람을 향해 으르렁거리며 짖는 것도 이 대뇌변연계가 발달되어 있기 때문이에요.

변연계의 작용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변연계 공명, 변연계 조절, 그리고 변연계 조정입니다. 이 세 가지 작용을 통해 한 생명체가 성장하여 평생을 살아가는 동안 사랑이라는 감정을 활용하게 되는 것이죠. 특히 포유동물은 대뇌변연계에 해마와 편도체가 있어서 파충류와는 달리 기억을 잘 하고, 감정이 풍부합니다. 이와 같은 이유로 대뇌변연계를 '포유류의 뇌' 또는 '감정의 뇌'라고도 부른답니다.

대뇌는 이성을 담당하는 부위와 감성을 담당하는 부위, 즉 대뇌피질과 대뇌변연계로 경계를 짓습니다. 크기로 보면 이성을 담당하는 대뇌가 감정을 담당하는 변연계보다 훨씬 큽니다. 그렇지만 감성의 정서중추는 두뇌 안에서는 매우 작은 부분임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두뇌 전체에 대단히 큰 영향을 미치는 작은 거인입니다. 신호전달 통로로써 감성과 이성 사이를 보면, 감성에서 이성으로 가는 통로가 9할이라면 이성에서 감성으로 가는 통로는 고작 2할에 불과합니다. 감성은 마음이며 이성은 판단과 생각인 거죠.

앞서도 잠깐 언급했듯이 새로운 정보가 대뇌에 도달하려면 반드시 변연계를 통과해야만 합니다. 그렇게 보니까 변연계가 대뇌피질의 수문장 격에 해당하나요? 우리의 생존을 보장하는 것이 뇌의 유일한 임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입력된 새로운 모든 정보들을 기존의 경험들과 비교해서 필터링 하는 것은 변연계의 주된 일입니다. 그것은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이 정보의 비교 작업에서 이전에 긍정적인 감정을 유발한 적이 있다면, 그 정보는 대뇌로 넘겨지고 계속해서 처리하는 데 이용될 준비를 갖추게 됩니다. 반대로 비교에서 부정적인 결과가 나온다면, 변연계는 이 정보들을 차단하고 대뇌로 더 이상 넘겨주지 않게 되는 신기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학생들과 공부의 관계를 예로 설명하겠습니다.

한 학생이 공부를 잘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더라도 공부에 대한 감성적인 거부감이 있으면 변연계의 차단 시스템의 작동에 의해서 공부를 잘 하지 못하게 됩니다. 결국 마음이 스스로 공부를 하고 싶어 해야 합니다. 그럴 때 두뇌도 공부를 하고 싶어 한다는 공식이 성립하는 것입니다. 책상 앞에 아무리 오래 앉아 있을지라도 마음이 공부를 받아들이지 않게 되면 그 공부는 헛된 공염불에 지나지 않습니다. 결국 기억 장치에 저장되지 않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의도만 세우면 공부를 잘 할 수 있다는 말이나, 오랜 시간 공부하면 잘 한다는 건 일종의 허구인 셈이죠. 공부에 진정한 우등생이 되고 싶다면 먼저 공부에 대한 즐거운 추억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모든 것은 뇌의 작용이니까요.

다음 주제는 대뇌변연계 중에서 핵심적인 해마와 편도체 중에서 편도체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가면서 감정 다스리는 법을 알아보기로 하겠습니다.

브레인닥터 김종상 원광디지털대학교 교수(Ph.D. neurosci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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