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박사의 재미있는 브레인 톡톡(9)] '공포탐지기' 편도체가 납치되면 감정의 노예가 된다

2016-09-30 07:33:35
대뇌변연계(limbic system)에 대해서 이미 학습한 내용을 종합하여 정리하겠습니다.

대뇌피질(cerebral cortex)이 지(知), 정(情), 의(意)의 고차적인 정신기능의 중추인데 반해, 변연계는 개체 유지와 종족보존에 필요한 기본적 생명현상의 중추로 정동(의식적 경험), 욕구, 본능, 자율신경계 기능을 발현하여 통제하도록 되어 있으며, 자기보존에 불가결한 섭식행동, 공포감, 노여움, 정동행동이나 성행동, 생식행동의 발현, 통제에 관여합니다. 변연계는 모든 내·외계에서 감각정보에 대한 영향을 받는 것과 같이 그 활동은 시상하부, 뇌간, 척수를 거쳐 자율신경계를 통과하는 경로 및 신경투사와 순환에 의해 뇌하수체에 작용하여 내분비계를 통한 경로에 의해 전신에 작용하게 됩니다.

만약 대뇌피질이 제 기능을 온전히 발휘하지 못하고 오로지 포유류의 뇌와 파충류의 뇌만이 작동하게 된다면 인간에게는 어떤 현상이 일어날까요? 이성적이고 논리적이며 합리적인 판단으로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는 대뇌피질의 기능이 작동하지 않음으로써 인간은 동물의 행동과 감정에서 결코 벗어나지 못하게 될 것입니다. 즉 동물과 다를 바 없는 상태에 놓이게 되는 것이죠.

이번 주제는 변연계의 일부이면서 뇌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는 편도체(amygdala)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보겠습니다. 그리 쉬운 주제는 아니지만 감정이 일어나고 두려움과 공포가 생기는 기전을 이해할 수 있게 되고, 분노를 통제할 방법을 찾게 될 것입니다.

편도체를 일종의 '공포탐지기'라고도 합니다. 편도체는 뇌에 있는 기관인데 편도선(목젖 양쪽으로 호두처럼 튀어나온 부위)으로 잘못 번역한 책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편도체에 대한 뇌의 이해가 부족한 까닭이 그 이유가 되겠지요? 아무튼 편도체가 우리 삶의 질에 바로미터 역할을 하는 데는 이론이 없습니다. 우리가 살다보면 불행을 느끼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우리가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는 인생에 문제가 있기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사실은 뇌 속에 있는 편도체의 문제가 더 크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그 편도체란 도대체 무엇일까요?

우리 뇌에서 기억과 감정을 묶어서 하나의 정보로 저장하는 곳이 편도체입니다. 귀 뒤쪽인 측두엽 깊숙히 위치해 있으며 감정뇌(limbic system)의 한 부분이기도 하죠. 기억을 주로 담당하는 '해마' 앞쪽에 붙어있는 아몬드 모양의 작은 구조물입니다. 영어로 'amygdala'라고 하는데, 라틴어의 'almond'에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해마의 끝부분 양쪽에 달려 있는 편도체는 기억에 정서라는 색깔을 입히는 기능을 합니다. 그러니까 편도체는 정서기억을 저장하고 회상을 조절할 뿐만 아니라 학습된 정서 반응에 중요한 역할을 하죠. 특히 두려움에 대한 공포 반응은 편도체를 통해 뇌의 다른 부분에 정보를 전달하여 도전(fight) 또는 회피(flight) 반응을 유발하게 합니다.

뇌과학의 감정 반응
뇌과학의 감정 반응
진화적으로 편도체는 외부에서 들어온 정보가 나를 위협하는지 여부를 점검하여 생명을 유지하는 데 있어서 필수적인 요소로 작용합니다. 즉, 내가 잡아먹을 수 있을까, 아니면 내가 잡혀 먹힐까를 매 순간 확인하고 점검하는 것이 바로 편도체의 주 기능인 셈이죠. 만약 들어온 정보가 자신에게 위협이 된다고 판단하면 편도체는 즉시 비상사태를 선언하고 주변 기관인 시상하부(hypothalamus) – 뇌하수체(pituitary) – 부신(adrenal), 즉 HPA축 회로를 활성화시키게 됩니다. 다시 설명하면 편도체가 위협이나 두려움, 공포를 느끼면 이 HPA축을 통해 시상하부에게 아드레날린, 코르티솔(cortisol) 같은 스트레스 호르몬을 분비하도록 지시하게 됩니다.

예컨대, 야생동물의 경우를 보면, 초원에서 풀을 뜯던 사슴과 포식자 사자가 있다고 합시다. 사슴이 사자를 인식하면 그 순간 생명의 위협을 느끼기 때문에 즉시 도망을 갑니다. 이럴 경우 사자를 보는 순간 사슴의 편도체가 활성화되고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되어, 사슴의 심장 박동이 증가하고, 근육이 강직되어 빠른 속도로 도망갈 수 있는 조건을 만들게 됩니다. 이처럼 편도체가 원래 하는 일은 위험에 처했을 때, 개체의 생명을 유지하고 보존하도록 도와주는 것이죠.

그러나 원시적인 사회가 아닌 첨단의 문명사회에 사는 인간은 이렇게 야생동물처럼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대신에 '직장에서 조기에 해고당할 것 같다'거나 '상사가 나를 함부로 대한다'거나 '빚이 늘어나서 생활이 더 힘들어진다'거나 혹은, '경기가 너무 나빠 사업이 망할 것 같다' '매월 생계비조차 벌지 못한다' 등과 같이 다른 요인들로 인하여 불안하고 두려운 생각이 똑같은 방식으로 편도체를 활성화시키고 스트레스 호르몬을 분비하게 만들죠.

뇌편도체의 납치도
뇌편도체의 납치도
물론 우리가 현실적으로 생명이 위협받는 환경에 처해 있지는 않는다고 하더라도 주변 환경으로부터 받는 여러 요인에 의한 위협이 두려움으로 나타나게 되어 그 공포로부터 방어기제가 작동하기 시작합니다. 이런 식으로 활성화된 감정뇌는 스트레스 호르몬을 분비시키고 새로운 정보가 들어오는 통로를 차단하면서, 오로지 현재 느끼는 위협과 불안만을 증폭시키게 됩니다. 이때 몸속에는 부정적인 감정을 일으키는 호르몬으로 가득 차 이성적인 사고는 불가능한 상태가 되는 것입니다. 결국 불행하고 비관적인 생각만 하게 되어 만사가 귀찮아지고, 삶이 회의적이며 모든 것이 무가치하게 보이게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삶이 부정적 경직성을 갖게 되면 부정적인 사고가 또 다른 부정적인 기억과 감정을 이끌어 오게 됩니다. 한번 활성화된 편도체는 다른 두려움과 공포로 또 다시 스트레스 호르몬을 분비시키게 되며, 이를 반복적으로 작동시켜 1차 2차 3차 등으로 증가되는 스트레스 호르몬이 파도처럼 밀려와 마침내 두려움은 분노상황으로 변하게 됩니다. 이런 상태가 되면 아주 사소한 것에도 쉽게 화를 내고 진노하게 됩니다. 소위 수시로 '욱'하는 상태가 되는 것입니다.

최근 들어 자주 볼 수 있는 사건들이 있는데요, 순간적인 분노를 이기지 못해 대형 범죄로 이어지는 사례들이 많습니다. 층간 소음 때문에 위층으로 달려 올라가서 몸싸움 끝에 칼부림을 하는 사례가 종종 뉴스로 등장하였으며, 운전 도중에 상대방이 길을 비켜주는 않는다며 삼단봉으로 마구 휘두르기도 하고, 연인이 이별 통보를 했다고 찾아가서 몸에 불을 지르는 등의 강력 사건이 꼬리를 물고 일어났습니다.

현대인들은 분노, 불안, 우울증, 죄책감 등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 못합니다. 사실 이를 안고 살아가는 것이 엄청난 고통인 셈이죠. 이런 고통들이 억압된 채로 오랫동안 쌓여 응축되면 분노의 앙금을 형성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끓는 상황이 어떤 연유로 분화구가 만들어지면 화산의 용암처럼 터져 분출되고, 걷잡을 수 없는 현실을 맞게 되는 것입니다. 이를 적절히 통제하지 못할 때, 즉 편도체의 활성화를 멈추도록 브레이크를 밟지 못하면 끔찍한 범죄의 씨앗이 되고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입니다.

우리가 위험에 처했을 때는 위험에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무엇보다 신속한 대처가 중요하겠지요? 따라서 진화적으로 볼 때, 이성뇌(대뇌피질)의 회로를 거치지 않고 편도체로 직접 전해지는 경로가 존재해 온 것입니다. 이때 발생하는 편도체의 과민반응에 의해 쉽게 감정의 노예상태로 빠지게 됩니다. 소위 '편도체 납치(amygdala hijack)'를 일으키게 되는 것입니다. 편도체 납치는 이성뇌가 개입할 수 없을 정도로 편도체가 과잉 활성화된 상태에서 두뇌의 조종사 격인 전두엽이 통제권을 상실하면서 발생하는 현상이죠. 이쯤 되면, 아무리 논리적이고 사실적인 설득을 한다 해도 상대방의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이른바 제정신이 아닌 상태가 되는 것입니다.
편도체가 과잉 활성화 되면 스트레스 호르몬인 아드레날린이 과도하게 분비되면서 한동안 생각을 정리하거나 벗어 날 수 없는 상태가 됩니다. 그 영향에 벗어나는 시간이 짧을 수도 있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평생을 두고 편도체가 납치되는 상황으로 매몰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바로 그것입니다. 이 장애에 시달리는 사람들의 뇌를 비교 조사해 본 결과 편도체가 정상인보다 현저하게 작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우리는 편도체를 주제로 이야기 했습니다. 잠깐, 한 가지 빠진 부분이 있군요. 이렇게 통제가 쉽지 않은 편도체를 쉽게 길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편도체를 손상시키거나 아예 편도체를 제거하면 어떤 현상이 올까요? 감정이 일어나지 않아서 좋지 않을까요? 편도체가 손상되거나 제거하면 공포 반응이 일어나지 않아 어떤 것도 두려워하지 않게 됩니다.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는 상황이 됩니다. 사실 공포는 위험을 피하고 생존을 위한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인간의 경우, 편도체가 손상되면 시각적, 청각적 자극에 포함된 정서적 단서를 탐지하는 능력을 상실하기 때문에 정서적인 정보 처리에 문제가 생깁니다. 그래서 위협적인 얼굴 표정이나 소리를 알아채지 못하고 학습능력 또한 저하되는 현상을 맞게 됩니다.

우리가 이런 기회에 편도체를 학습하게 됨으로써 분노 속에는 공포와 두려움이 내재되어 있음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우리가 화를 내는 이유는 두렵고 생존에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통제 불능인 상태는 만들지 않아야 합니다. 화가 날 때마다 내가 진정으로 두려워하는 것이 무엇인지 살펴보고, 일어나는 감정에 대해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입니다. 자신에게 일어나는 감정에 '명찰'을 달아 보세요. 자신의 감정에 대한 관찰자로서의 전두엽이 감정의 패닉상태에서 이성적 통제 상태로 끌어올려 문제를 쉽게 해결할 것입니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감정 상태를 알아차리는 것이 중요한 관건입니다.

브레인닥터 김종상 원광디지털대학교 교수(Ph.D. neurosci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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