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박사의 재미있는 브레인 톡톡(12)] 생존의 방어기제를 쓰는 잡학다식한 시상하부…몸과 마음의 균형 잡아주는 균형추 역할도

2016-10-21 09:33:08
시월도 하순으로 접어들어 절기로는 한로(寒露)가 지나고 가을 깊숙이 들어왔습니다. 우리가 몸으로 느끼기에 딱 좋은 계절이지요. 폭염으로 찜통더위가 맹위를 떨치던 지나간 여름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다시 더워지는 느낌이 듭니다. 그런데 그 더위나 추위를 느끼는 것도 우리의 인체가 작용하여 생기는 생존현상이라면 이해할 수 있을까요? 가을은 계절이 주는 느낌만으로도 정서적으로는 평화와 안녕의 시기라 할 수 있습니다.

이번 연재의 주제는 계속해서 변연계 기관의 하나인 ‘시상하부(Hypothalamus)’입니다.

시상하부는 작지만 아주 복잡하고 중요한 역할을 하는 기관입니다. 이름 그대로 시상의 밑(下部)에 있다는 말입니다. 더 정확히 말씀드리면 입천장(口蓋)의 바로 위에 위치한 작은 조직입니다. 뇌 전체 부피의 300분의 1정도로 완두콩만 한 크기에다 무게도 10g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곳은 자율신경계의 중추가 모여 있어서 생명유지에 필수적인 부위로써 그 위상을 가지며, 자율신경계와 내분비계를 통제하고, 생존과 관련된 본능적인 행동들을 조정하는 곳입니다.

시상하부가 하는 좀 더 구체적인 기능은 감정의 조절, 음식물 섭취량의 결정, 뇌하수체의 호르몬 분비 관여, 신체의 온도계로서 체온 조절을 하는 등의 다양한 역할을 합니다. 시상하부가 없다면 우리는 욕구를 느끼거나 충족시킬 수 없고, 몸의 균형을 유지할 수 없게 돼 죽음으로 내몰리거나 생존의 위협을 받게 됩니다. 신체와 본능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감정과 의식에도 크게 영향을 끼칩니다.

그러면 우리 몸의 안팎과 마음의 조화를 이끌어내는 시상하부를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뇌가 신경작용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시상하부도 뇌의 일부이기 때문에 신경을 통해 전달되는 전기적 신호들뿐 아니라 혈관을 통해 전해지는 화학적 신호들을 받아들이는 것은 동일한 구조를 갖습니다. 특히 시상하부와 그 부근의 혈관 사이는 스테로이드 계열이나 렙틴, 그렐린, 인슐린 같은 호르몬들이 쉽게 전달되는 특징이 있는데 이는 다른 뇌 영역들에 비해 엉성한 장벽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시상하부는 정보들의 정거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율신경계의 정보들과 더불어 심장이나 위장에서 전달되는 정보들도 쉼 없이 시상하부로 들어옵니다. 위험을 감지하고, 맛있는 음식을 찾고, 이성에게 매력을 느끼는 정보로 사용하기 위해 후각 신호도 받아들입니다. 그리고 시상하부에는 생체시계가 있습니다. 생체시계는 외부의 빛 자극을 받아들여 밤과 낮, 하루 24시간을 뇌의 다른 영역에 알려주는 역할을 합니다.

이 부분은 좀 어렵지만 시상하부라 이름하는 기관이 있고, 그 기관이 중요하고 이런 일을 한다는 정도로 지나가면 되겠습니다.

시상하부는 복잡한 교차로처럼 입력되는 정보만큼이나 출력되는 정보들도 다양합니다. 변연계는 대부분 시상하부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감정과 기억, 학습도 변연계 작용이므로 물론 시상하부에 연결되죠. 또한 호르몬 작용의 명령에 있어서도 시상하부는 부신 피질자극 호르몬 방출호르몬(CRH: Corticotropin-Releasing Hormone), 갑상샘 자극호르몬 방출호르몬(TRH: Thyrotrophin Releasing Hormone), 배란과 정자생산에 관여하는 생식선 자극호르몬 방출 호르몬(GnRH: Gonadotropin-Releasing Hormone), 프로락틴의 방출을 억제하는 도파민(dopamin), 성장 호르몬 방출 호르몬(GRH: Growth hormone-Releasing Hormone), 성장 호르몬 방출 억제 호르몬(GIH: Growth hormone -release-Inhibiting Hormone) 등 다양한 화학적인 신호들을 만들어 냅니다. 이렇게 만들어낸 호르몬들은 다른 호르몬의 분비를 억제하거나 통제하고, 신체의 여러 부분에서 만들어진 호르몬들은 다시 시상하부에 영향을 주는 형식으로 상호작용을 하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뇌의 중요한 내분비기관으로써 호르몬을 만들어내는 곳이 뇌하수체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뇌하수체의 기능은 시상하부가 만들어내는 호르몬을 모아서 내보내거나 그 통제를 받아 활동하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시상하부에는 생리적으로 나타나는 먹고(배고픔, 포만감), 자고, 배설하는 욕구와 종족 번식욕구인 성적욕구, 생명보호를 위한 방어기제로써 공포심, 투쟁심 등 원초적 본능들의 중추가 모두 모여 있습니다. 이와 같이 시상하부가 인간과 동물의 생존에 가장 기초적인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필수적인 재료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입력된 다양하고 많은 정보들 때문입니다. 배고픔이나 목마름에 관한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시상하부가 그렇게 판단한 결과이죠. 이성에게 성적으로 끌리는 것도 시상하부의 작용으로써 시상하부에서 그런 신호를 보냈기 때문입니다. 위험이 닥치면 싸우거나 도망가는 등의 행동을 결정하는 것도 시상하부의 역할입니다. 대부분 생존에 연관된 행동들은 이러한 본능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시상하부에 본능의 중추들이 집합해 있으니까 자연스럽게 상호작용을 하게 되는 것이죠.

예컨대,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거나 아주 중요한 것을 잃고 충격을 받게 되면 배고프지도 않고, 밥 생각이 전혀 들지 않게 됩니다. 설령 천하일미를 먹는다 해도 제 맛을 온전히 느끼지 못하게 됩니다. 이러한 변화는 시상하부의 통제권 하에 있는 뇌하수체의 식욕중추와 성욕중추가 나란히 있기 때문입니다. 연애를 시작한 연인들이 부지런히 맛집을 찾아다니는 이유도 두 개의 본능이 서로 상승작용을 일으키는 결과입니다. 모두 원초적 본능의 해결사인 시상하부가 그렇게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시상하부의 일 중에서 감정과 관련된 기능도 빼놓을 수 없지요. 시상하부는 변연계의 다른 구조물들과 함께 감정 반응을 일으킵니다. 예컨대 공포감을 느낄 때는 편도와 시상하부의 활동량이 급격히 많아지고, 공포나 분노를 느낄 때 어떻게 행동할지도 시상하부가 결정합니다. 전두엽이 강력한 작용을 하여 시상하부의 활동을 억제하면 감정이 억제되고, 그렇지 않으면 감정이 터져 나오게 됩니다. 전두엽이 강한 뇌가 감정조절을 잘 하는 사회적인 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시상하부는 사랑의 감정에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여성에게 있어서 어머니의 역할인 출산과 수유 등을 할 때 분비되는 대표적인 호르몬이 옥시토신인데요, 시상하부에서 만들어져 뇌하수체에 저장됩니다. 모성애뿐만 아니라 서로 포옹하고 싶은 감정을 느끼게 하고, 성적 쾌감의 원천이 되는 것이 바로 옥시토신입니다. 옥시토신은 사회에서 만난 사람들 사이에 유대와 공감을 형성하는 역할도 합니다. 정서작용과 자율신경 활동을 일치시키는 역할도 시상하부가 하는 일입니다.

우리가 위험에 처했을 때 시상하부는 비상사태에 들어가고, 이 상황을 알리기 위해 교감신경을 자극하게 됩니다. 그 결과 카테콜아민이라는 호르몬의 분비와 함께 동공이 확장되고, 혈관은 수축되며, 심장박동이 빨라지게 됩니다. 시상하부가 뇌하수체를 자극해서 부신피질 자극호르몬이 나오면 신장 위쪽에 있는 부신에서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cortisol)을 분비하게 되는 것입니다. 아주 신비하죠. 적당량의 코르티솔은 포도당을 빨리 만들어내 뇌와 근육에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하지만, 지나치면 오히려 신경세포들을 죽이게 되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현대인에게 처치 곤란한 문제인 스트레스를 조절하는 일도 시상하부를 어떻게 길들이느냐에 달려 있는 것입니다.

생물학적으로 인간은 항온동물입니다. 따라서 변온동물인 파충류와는 달리 항상 일정한 체온을 유지해야 합니다.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항상 섭씨 36.5도 상태여야 하는 거죠. 이 체온의 근원은 세포입니다. 세포가 음식으로부터 에너지를 섭취해 대사를 진행하면서 활성화되는 것이 ‘UCP(Uncoupling Protein)’라는 짝풀림 단백질이라고 합니다. 이는 갈색지방의 미토콘드리아에만 존재하면서 지방을 태워 열을 내는 단백질로 세포 내의 보일러와 같은 존재죠. 이렇게 만들어진 열은 신체 밖으로 방출되는데 체온조절중추는 신체 내의 열과 방출되는 열의 균형을 맞춰 체온을 유지시키게 되는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몸에는 온도 조절과 관련된 기관이 있는데요, 더위나 추위를 느끼는 것은 변연계 뇌의 아래쪽에 위치한 시상하부가 바로 그곳입니다. 우리 뇌에 있는 시상하부의 온도조절중추는 집에서 사용하는 에어컨처럼 온도를 섭씨 24도에 고정해 놓았을 경우, 이보다 낮아지면 에어컨이 저절로 작동을 멈추고, 반대로 기온이 기준보다 상승하면 에어컨이 다시 작동해 실내온도를 항상 섭씨 24도로 유지시켜 주는 것과 흡사합니다.

갑작스럽게 외부 온도나 체온이 상승하면 시상하부는 긴장상태로 돌입, 뇌하수체를 통제해서 혈관을 확장시키고 심장박동이 빨라지게 합니다. 심장, 신장, 폐, 간 등 각 장기에 명령을 내려 피부로 향하는 혈액의 양이 증가되도록 하는 거죠. 체온의 70%는 장기의 활동에 의해 생산되므로 장기가 발생시킨 열이 혈액을 타고 피부로 이동하면 결국 피부는 열이 나는 셈입니다. 이렇게 올라간 체온의 해열작용을 위해 200만~300만개의 땀샘에서 땀을 배출시켜 몸이 식게 됩니다.

이와 같이 외부의 자극에 따라 몸과 마음의 균형을 잡아주는 균형추 역할을 하는 것이 시상하부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기초적인 생존과 정서 외에도 사춘기나 폐경기의 복잡한 생리적 변화 등 시상하부와 관련된 부분은 아주 많지요. 궁극적으로는 시상하부가 의식에 미치는 영향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학습과 판단 기능에 정서와 무의식, 직관 등이 깊이 개입하기 때문이죠.

일부 연구자들의 주장은 개인의 성격이나 기질조차 시상하부에 달려 있다고 합니다. 그것은 결국 우리가 어떻게 행동하고 마음을 쓰는가에 따라 시상하부의 균형이 결정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우리의 생명과 의식의 가장 밑바탕을 이루는 시상하부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그 숨어있는 지도를 찾아낼수록 뇌의 비밀도 함께 풀릴 것이라 생각합니다.

브레인닥터 김종상 교수(원광디지털대학교/Ph.D. neurosci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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