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박사의 재미있는 브레인 톡톡(17)] 알코올이 들어가면 뇌의 본능과 감정이 춤을 춘다

2016-12-12 06:46:59
이번 연재는 알코올에 얽힌 이야기를 통해서 뇌 건강을 함께 살펴볼까 합니다. 술을 마시고 적당히 취기가 오르면 기분이 상승되고 팽팽하던 긴장이 일순간 허물어지게 됩니다. 그래서 평상시와는 아주 다른 행동을 하게 됩니다. 예컨대 말수가 적은 사람이 수다쟁이로 돌변한다거나 갑자기 울음을 터뜨리는 사람도 있습니다. 술에 취한 사람들의 행동 유형을 보면 그야말로 가관이고 천태만상이죠. 이런 현상은 대뇌를 마취시키는 술의 능력 때문이랍니다.

뇌가 알코올에 공격을 당해서 나타나는 문제들이 많습니다. 알코올이 들어가 대뇌피질을 마비시키게 되면 본능이 뇌를 좌우하는 권력 실세로 등장하여 정상적인 ‘뇌 활동을 농단’하는 사태가 발생합니다. 즉, 뇌 신경세포의 지질막을 서서히 녹이면서 시냅스의 정보 전달 체계를 교란시키는 것이죠. 그런 일이 반복되면 뇌가 쪼그라들어 뇌의 용적이 축소되고 뇌와 관련된 질병에 쉽게 노출되게 됩니다. 이 기회에 음주와 관련된 메커니즘을 들여다보는 것도 뇌 건강을 위해 의미 있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2016년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연말에는 한 해를 마무리 한다는 의미에서 이런 저런 모임들이 줄을 잇고 있지요. 회식자리라서 그저 잠시 복잡한 생각들을 내려놓고 음주가무에 열중하는 경우가 많죠. 술과 음식들이 식욕을 동하게 하여 자신도 모르게 자제력을 잃고 과식과 과음을 하는 일들이 드물지 않습니다. 거기까지는 쾌감을 느끼게 하니까 좋다고 느낄 것입니다. 어떤 통계를 보니까 계절별로는 겨울철, 월별로는 12월에 집중적으로 음주량이 높게 나타납니다. 단정할 수는 없지만 연말연시의 사회 분위기에 편승한 개인의 마음이 이완된 상태와 무관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알코올은 스트레스 발산이나 기분전환에 일시적으로는 효과적이라고 알려져 있기 때문이죠.

그렇다고 해서 늘 술독에 빠져서 취하고 찌들어 있게 되면 삶이 어떤 상황에 놓이게 될까요? 알코올에 중독되어 극한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입니다. 술이 들어가기 시작하면 술에 취하고, 분위기에 취하고, 사람에 취하고, 말과 말에 취하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자제력을 잃게 되고 술이 술을 마시게 되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게 되는 것이죠. 이런 상황을 보면 어떤 이유에서도 과도한 음주행위는 찬성할 만한 일이 아니라는 생각을 갖게 됩니다. 음주행위 자체도 그리 동의할 수 없지요. 술 때문에 건강을 잃고 만성적으로 삶이 파괴된 사람들을 주변에서 자주 볼 수 있습니다. 급성 알코올 중독으로 사망하는 경우도 있고, 생활을 혼란에 빠뜨릴 수도 있습니다. 결국 피폐된 삶을 살다 아무런 의미 없이 세상에 짐만을 남기고 떠나겠지요. 우리가 이런 삶을 바라는 것은 아니었는데 음주가 습관이 되고 중독에 빠지면 처참한 상황을 맞게 되는 것입니다.

중독은 참으로 독한 독(毒)입니다. 알코올은 천연마약이라고 하는 도파민의 분비를 촉진시켜 각종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쾌감’을 느끼게 합니다. 장기간 음주를 지속하게 되면 뇌에서는 갈수록 더 강력한 ‘쾌감’을 요구하는 화학적 변화가 일어나 의지와 상관없이 알코올을 무한히 요구하는 상황이 만들어져서 술을 끊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술을 마시면 체내에 들어온 알코올이 위와 소장에서 흡수된 뒤 혈액을 타고 간에 도착해 최종 처리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처음에는 말초신경이 흥분되고 위산 분비가 촉진되지만 장기간 과음하게 되면 뇌세포 파괴는 물론 우리 뇌의 기능을 억제시켜 뇌손상을 초래하게 되고, 조기 증상으로 기억력이 현저히 감퇴하게 됩니다. 술은 일시적으로 글루탐산을 차단합니다. 글루탐산은 뇌의 기억정보를 담당하는 해마의 신경전달물질이죠. 이것이 차단됨으로써 기억정보에 손상을 입히는 것입니다.

술은 조금씩 계속 마셔도 결국 뇌를 위축시켜 치매나 우울증, 불면증의 위험을 높인다는 주장이 나온 지 꽤 오래되었지요. 근래에 나온 연구 결과를 보면, “음주로 인해서 해마(기억), 전두엽(의사결정), 측두엽(언어) 등이 위축되면서 발생하는 치매환자가 우리나라 전체 치매환자의 10~15% 정도이고, 우울증 환자는 30~40%, 불면증 환자는 전체 불면증 환자의 20% 수준의 높은 통계를 나타내고 있어서 사회적 비용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미국 웰즐리대학의 캐럴 앤 폴 박사의 연구 결과 발표에 의하면, 실험집단 남녀 1839명을 대상으로 MRI 촬영으로 뇌 조영을 실시한 결과 음주량이 많은 사람일수록 뇌의 크기가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술을 일주일에 14잔 이상 마시는 사람이 술을 전혀 마시지 않은 사람에 비해 두개골에 대한 뇌의 용적비율이 평균 1.6%가 줄어들었다는 결과입니다.

알코올이 뇌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쥐 실험을 통한 인용 결과를 보면 분명하게 알 수 있습니다.

“쥐에게 일정량의 알코올을 매일 주입하였다. 두 달이 지나자 아홉 마리의 실험 쥐 중 다섯 마리가 죽었다. 살아 있는 나머지 네 마리도 움직임이 둔하고 미로 속에 있는 먹이를 찾을 때 실수하는 횟수도 잦았다. 학습한 내용을 망각한 것이다. 실험쥐의 뇌를 해부해 본 결과 뇌의 무게가 심하게 줄어든 것을 볼 수 있었다. 그 중에서도 해마의 무게는 눈에 띄게 줄어들었는데 이전 뇌의 40%이상 줄어들었다.”

이 연구 사례는 술이 인체뿐만 아니라 뇌에 얼마나 해로우며 치명적인지를 알게 합니다. 특히 대뇌 인지기능의 일부에 영향을 미치고 기억기능을 하는 해마에는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자! 그러면 술이 뇌세포를 파괴하는 현상에 대해서 좀 더 깊이 살펴보겠습니다.

우리 인체 중에서 가장 깨끗한 기관은 어디일까요? 바로 뇌입니다. 뇌에 이물질이 들어가거나 내부에서 염증 등이 생기면 사령탑으로서의 뇌 작동에 문제가 발생하고 그 결과 몸에 즉시 나쁜 영향을 끼쳐 병을 몰고 오게 되죠. 그래서 뇌는 이물질을 차단하는 방어체계, 즉 ‘뇌척수액’이라는 신비한 물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물질은 맑은 물 같은 액체인데 머리 전체에는 140g 정도로 캔 음료 반통도 안 되는 양입니다. 하지만 이 액체는 뇌를 외부 충격으로부터 보호하고 안전과 건강을 지켜줍니다. 뇌의 무게가 약 1400g인데 이 액체의 부력으로 뇌 안에서는 50g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뇌척수액은 1분간에 약 0.35㎖를 분비하며 뇌를 순환합니다. 하루에 500㎖이상 생성되며 약 4회 정도 뇌척수액이 새 것으로 교환됩니다. 이 순환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지주막하강(蜘蛛膜下腔)에 비정상적으로 뇌척수액이 고이는 뇌수종이라는 병이 생깁니다.

뇌에는 뇌에 방해가 되는 물질의 침입을 막고 필요한 물질이 밖으로 나가는 것을 막는 혈액-뇌 장벽(관문, blood brain barrier)이라는 것이 있는데요, 모세혈관과 신경교세포가 이 검문소의 보초병 같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간(肝)에서 분해되지 않은 알코올은 혈액 속에 들어가 뇌까지 진행하여 보초병의 눈을 피해 뇌 안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그렇게 잠입한 알코올은 순식간에 대뇌피질을 마비시킵니다. 술은 적정음주량(WHO기준 적정음주는 주 3회 미만, 1일 성인 남성의 경우 알코올 2단위, 여성은 1단위 : 알코올 1단위, 소주 50㎖, 와인 100㎖, 맥주 320㎖, 막걸리 200㎖)을 초과하여 마시는 양이 늘면 혀가 잘 돌지 않게 되고, 뇌의 운동중추도 마비가 되어 갈지(之)자 걸음이 되고, 더불어 감각중추도 마비되어 벌러덩 나자빠져도 그다지 통증을 느끼지 못하죠. 특히 소뇌가 마비되면 균형 감각이 없어져서 잘 넘어지게 됩니다.

아무튼 술은 대뇌피질을 마비시킵니다. 그렇게 되면 지금까지 대뇌피질에게 설움과 압박을 받았던 대뇌변연계의 작용이 권력 실세로써 전면으로 나오게 됩니다. 대뇌변연계는 구피질이라고 하며 포유류의 뇌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지요. 본능과 감정의 기능을 갖고 있습니다. 알코올에 의해 대뇌피질이 마비되면 그 결과 본능과 감정의 고삐가 풀리게 되고 갑자기 화를 내거나 소리를 지르는 등 평소에 억제되었던 대뇌변연계의 작용이 표출되는 것입니다.

술을 마시면 가끔 필름이 끊긴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습니다. 술을 취하도록 마시면 기억이 끊겨 무엇을 했는지, 무슨 말을 했는지, 어떻게 집까지 왔는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날까요? 이것은 기억 회로에 새로운 기억을 입력하려 해도 알코올에 의해 신경전달물질의 경로가 방해를 받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기억 저장이 불가능한 거죠. 술에 만취된 뇌는 기억을 기록하지 못합니다. 어느 순간부터 기억이 저장되지 않아서 취중에 일어났던 것들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이번 차 연재에서는 알코올이 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여러 이야기를 살펴보았습니다. 결론적으로 장기간 과음을 하게 되면 중독을 불러오고 뇌세포에 심각한 손상을 주게 됨은 물론, 간장병의 위험이나 알코올 치매로 갈 위험성도 높아진다는 것이죠. 뇌혈관 장애나 노화에 의한 치매가 아니라 알코올 섭취에 의한 치매는 뇌가 위축되고 판단력이나 기억력과 같은 지적능력이 떨어지게 되죠. 감정상태도 불안정하며 뇌파의 속도 또한 느려져서 대뇌의 활동이 저하됨을 알 수 있게 됩니다.

뇌 건강을 위해 가장 중요한 일은 지금 당장 금주를 선언하고 실천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될 때 뇌 손상의 위험으로부터 벗어 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기존에 손상된 뇌도 알코올을 끊고 뇌에 필요한 영양소를 꾸준히 공급해 준다면 완전하지는 않지만 일부는 복구가 가능하다는 임상 사례 보고가 있습니다.

브레인닥터 김종상 교수(원광디지털대학교/Ph.D. neurosci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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