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박사의 재미있는 브레인 톡톡(18)] 잠이 보약이라는데 그 보약 꼭 먹어야 할까요?

2016-12-19 11:18:58
동지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동지는 절기 중에서 밤의 길이가 가장 길고 낮은 가장 짧은 날입니다. 고대인들은 이 날을 태양이 죽음으로부터 부활하는 날로 생각하고 축제를 벌여 태양신에게 제사를 올렸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태양의 고도가 지구와 가장 멀리 떨어져 있어서 아마 밤이 가장 긴 날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밤이 얼마나 길었으면 ‘동지섣달 긴긴 밤 한 허리를 베어내어 서리서리 넣어두었다가 정든 임 오시는 날 굽이굽이 펴리라’하는 한탄 섞인 절실함을 그렸을까요? 그런데 중한 것은 길든 짧든 밤이 되면 잠을 자야 합니다. 잠을 자도록 생체시계가 저절로 작동합니다. 수면의 역할은 궁극적으로 뇌를 쉬게 하는 것입니다. 잠은 내일의 삶을 위한 휴식인 셈이죠.

이번 연재는 인간의 삶에서 빼놓을 수 없이 중요하고 뇌의 입장에서 필수적인 수면에 대해서 함께 살펴볼까 합니다.

그리스 신화를 보면 잠의 신 히프노스(Hypnos)는 어둠의 신 에레보스와 밤의 여신 뉘크스 사이에서 난 아들로 나옵니다. 히프노스 주변의 가족들도 부정적인 의미의 신들로 등장합니다. 예컨대 형제자매를 보면 노쇠의 신 게라스, 비난의 신 모모스, 고뇌의 신 오이튀스, 불화의 여신 엘리스, 거짓말의 신 아바테가 그 가족들입니다. 이런 신화를 통해서 고대 그리스인들의 잠에 대한 관점이 죽음과 동일한 것으로 간주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갖게 합니다.

19세기까지만 해도 잠을 잔다는 것은 깨어 있지 못한 몽매한 상태로 여겼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수면상태에 있을 때 비록 우리 몸이 몽매한 상태이거나 거의 의식이 없다고 생각하겠지만 뇌는 전혀 아니라고 말합니다. 수면에 관여하는 뇌의 신경세포 입장에서는 서운해 할 말이죠. 뇌 과학적인 이야기는 뒤로 미루고 우리가 일상에서 겪는 이야기를 먼저 하겠습니다.

우리는 매일 약 8시간의 수면을 취합니다. 그 시간은 하루의 3분의 1에 해당합니다. 여러 해를 걸친 수면 시간을 모두 합치면 상당히 많은 시간이 될 것입니다. 가령 우리가 90세까지 수명을 이어간다면, 30년이라는 긴 시간을 잠자는 시간에 써야 합니다. 잠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의미입니다. 수면이 별로 중요하지 않다면, 우리 몸은 그렇게 많은 시간을 수면에 할애하지 않을 것입니다.

모든 동물은 잠을 잡니다. 먹이를 찾아 온종일 뛰어다닌 동물이나 학교나 고된 일터에서 활동한 사람의 몸이 자는 동안 쉴 수 있을 거라고 우리는 생각합니다. 그러나 신체적인 휴식은 잠의 이점 중 일부에 불과합니다. 온종일 사무실에 앉아 있는 사람들도 훨씬 활동적인 사람들과 비슷한 정도의 잠을 잡니다. 그것은 잠이 신체만이 아니라 뇌의 건강을 위해서 필수적이기 때문입니다. 잠을 잔다는 것은 곧 낮에 닳은 배터리를 충전하려고 밤에 전원 장치를 꽂아놓는 것과 비슷합니다.

우리는 수면 덕분에 뇌가 외부세계의 방해를 받지 않고 자신의 몸이 바라는 것에만 집중할 수 있습니다. 자는 동안 우리 몸이 이완되어, 심장이나 폐 등을 비롯한 장기들이 바쁜 하루를 지낸 후 휴식을 취합니다. 뇌는 밤에 성장호르몬을 분비하기도 하죠. 성장호르몬은 머리에서 손가락에 이르는 몸 전체에 성장하라는 지시를 내리는 화학물질인데 신경전달물질이라고도 합니다. 그리고 우리 뇌는 잠자는 동안 손상된 세포를 치료하거나 죽은 세포를 대체하는 일을 합니다. 또한 낮에 일어난 사건에 대한 기억을 정리하는 일도 합니다.

우리가 아플 때에도 잠은 아주 중요합니다. 그 이유는 잠자는 동안 뇌와 몸이 외부세계의 일을 걱정하지 않고 질병과 싸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기분 좋게 질 좋은 숙면을 취하고 나면 머리가 맑고 하는 일도 잘 풀려갑니다. 반대로 수면 부족이 지속되면 어떤 현상이 나타날까요? 우선 집중력이 급격히 떨어져 실수를 하고, 하는 일에 효율이 나타나지 않게 됩니다. 그런 이유에서 수면은 뇌에게 꼭 필요한 것입니다.

잠은 뇌에서 만들어낸 작용이지만 우리가 깊은 잠에 빠져들어도 뇌의 필요한 기관은 절대 잠들지 않습니다. 우리의 뇌가 만들어 내는 잠에는 다섯 단계가 있고, 여기에 관련된 유전자들도 여러 가지입니다. 게다가 온갖 종류의 신경전달물질이 교대로 활동해야 합니다. 즉 잠은 우리의 생존에 필요한 능동적인 행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잠은 뇌에서 만들어진 단백질의 양과 관계가 깊습니다. 우리 몸은 뇌에서 만들어 내는 단백질 양의 증가와 소모에 따라 유전자들이 활동하거나 멈추게 되고, 이에 따라 우리 몸도 자고 깨게 되죠. 만약에 유전자에 문제가 생긴다면 잠과 깸의 조절에 문제가 생기고, 그렇게 되면 우리 몸은 곧 바로 규칙적인 흐름이 흐트러져 병이 들게 됩니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면 피부가 거칠어집니다. 그 이유는 피부의 신진대사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피부의 신진대사를 촉진하는 것은 수면 중에 나오는 성장호르몬입니다. 성장호르몬은 뼈의 발달도 촉진합니다. “아이는 자면서 큰다.”는 옛말이 있듯이 수면은 발육에도 많은 영향을 끼칩니다.

잠을 조절하는 주요 기관은 뇌의 아랫부분에 위치한 시상하부의 상교차핵(suprachasmatic nucleus)입니다. 그러나 이 구조 혼자서 잠과 깸을 모두 조절하는 것은 아닙니다. 유전자 발현, 단백질의 증감, 밝고 어두운 외부의 빛 정보가 이곳에 전달되면 이로 인해 형성된 전기 자극은 뇌간, 시상, 대뇌 등 여러 곳으로 전달됩니다. 이때 이런 구조들은 다양한 신경전달물질을 내면서 우리의 잠을 조절하게 되는 것입니다.

잠에는 정상적인 수면 패턴으로 1~4단계가 있고 뇌 활동이 아주 느린 파동을 유발하기 때문에 서파(徐波)수면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90분마다 두 단계로 나눌 수 있는데 그것은 바로 렘수면(rapid eye movement, REM)과 비(非)렘수면(non-REM)입니다. 렘수면(급속 안구운동)은 얕은 잠을 말하죠. 이때는 잠들어도 눈동자를 좌우로 빠르게 움직이고 팔과 다리는 축 늘어져 있고, 손발 근육에 작은 움직임이 있게 됩니다. 이 수면 단계에서 사람들은 5~15분 정도 꿈을 꾸게 됩니다. 이에 비해 비렘수면은 깊은 수면 상태를 말합니다. 이때는 눈동자의 움직임이 아주 느슨하고 혈압이나 심박수가 안정되면서 체온이 점차 떨어집니다.

그렇다고 렘수면과 비렘수면이 따로 분리되어 있는 것은 아니고 번갈아 찾아오지요. 그 주기는 잠을 자는 동안 90분마다 교대로 이어지는데 이것을 수면주기라고 부릅니다. 얼마나 오래 자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수면주기는 밤마다 5회 정도 반복됩니다. 렘수면 중에는 의식이 있지만 몸은 생각대로 움직일 수가 없게 됩니다. 몸에 경련이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잠결에 무서운 꿈을 꾸면서 몸이 마음대로 움직여지지 않고 답답한 상태처럼 가위눌림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지요. 렘수면과 비렘수면을 조절하는 것은 뇌의 시상하부나 뇌간의 아드레날린, 세로토닌, 아세틸콜린 등과 같은 신경전달물질이 관여합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렘과 비렘 수면은 시상하부 바깥쪽에 있는 히포크레틴이라는 신경세포가 조절합니다. 히포크레틴의 기능이 저하되면 수면 조절이 잘못되어 시도 때도 없이 잠에 빠져 일상생활에 불편을 초래합니다.

그러면 수면시간은 어느 정도가 적당할까요?

사람에 따라서 혹은 생활환경에 따라서 개인차는 있지만 정상 수면시간을 유아는 12~14시간, 초등학생은 10~12시간, 성인은 6~8시간으로 보고 있어, 어릴수록 충분히 자야 하는데, 그 이유는 잠을 자는 동안 성장에 필요한 많은 활동이 우리 몸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면역체계가 강해져서 건강을 지킬 수도 있습니다. 요즘 밤늦게 돌아오고 아침 일찍 나가는 경우가 많은 때인데 이럴 경우 만성 수면부족 상태로 건강에 나쁜 영향을 주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못합니다. 극심한 수면 부족 상태에 놓이면 사망에 이르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하염없이 잠만 잔다면 한 없이 게을러 질 가능성이 커지게 되므로 규칙적인 생활이 필요합니다.

우리가 매일 잠들기 전에 늘 할 일이 있는데 그것은 시상하부의 신경세포의 안녕에 감사하며 잠자리에 들어야 하는 것입니다. 불면증이라는 불청객이 언제 나타나 잠을 못자도록 훼방을 놓을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잠자리에 들기 전 가족 간에 서로 “안녕히 주무세요.” 혹은 “잘 자거라” 등의 인사를 하는 것도 이런 뇌 과학적 배경이 있다고 하겠습니다. 셰익스피어의 아들과 딸, 사랑에 빠진 로미오도 줄리엣과 헤어지면서 “당신의 두 눈에는 잠이, 마음에는 평화가 깃들기를!”

안녕히.

브레인닥터 김종상 교수(원광디지털대학교/Ph.D. neuroscience)

오늘 하루가 궁금하십니까? 더보기

빅 데이터의 과학! 더보기

몸에좋은 자연치유의 힘 더보기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