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휘궁(점집)의 무속이야기: 무당들의 무신 '창부대신(昌夫大神)'

2017-07-03 21:00:00
'창부대신(昌夫大神)'은 광대신(廣大神)을 일컫는 말이다. 보통 생전에 명성 높은 소문난 광대가 죽어서 창부씨로 모셔진다. 혹은 명성 높은 광대가 죽어서 그 넋이 창부씨가 된다고도 한다.

창부 또는 창부대신(昌夫大神)이라고도 불리는 창부씨는 예능 혹은 풍류를 담당하는 신이다. 서울 강남 강북 경기도 성남 분당 수원 안산 용인 안양 군포 인천 일산 지역의 재수굿에서 창부거리라고 불리는 창부씨를 모시는 굿거리가 있다. 여기서 모셔지는 창부씨는 신명풀이를 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풍류 성격이 강하다. 덧붙여 창부거리에서의 창부씨는 일 년 열두 달의 횡액을 막아 주는 역할을 한다.

서울시 무형문화재 제35호 마포 밤섬도당굿 이수자 만신 김금휘씨가 서울 종로 인왕산 국사당에서 서울굿 한양굿(창부거리)을 하고 있다.
서울시 무형문화재 제35호 마포 밤섬도당굿 이수자 만신 김금휘씨가 서울 종로 인왕산 국사당에서 서울굿 한양굿(창부거리)을 하고 있다.

창부씨는 풍류를 담당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일 년 열두 달 가정의 횡액을 막아 주는 일을 하기도 한다. 창부씨가 예능뿐 아니라 가정의 횡액을 막아 주는 역할을 하고 있음은 창부씨를 모시는 굿거리인 창부거리에서 확인할 수 있다. 창부거리는 서울‧경기 지역에서만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굿거리다.

평양 지역의 창부굿과 경기도 화성의 창부서낭굿이 보고되기는 했다. 광대신인 창부씨를 불러서 재수가 있게 해달라고 비는 굿거리가 평양 지역의 창부굿이다. 경기도 화성의 창부서낭굿에서는 마을의 수호신을 함께 모셔 횡액을 막아 줄 것을 빈다. 이 두 지역의 사례는 특별한 경우인 것으로 보이며, 지역적으로 보아 서울‧경기 지역의 재수굿에서 독특하게 나타나는 것이 창부거리다.

보통 창부거리는 서울‧경기 지역 12거리굿에서 11번째에 행해진다. 굿거리는 창부청배, 창부공수, 창부타령의 순서로 진행된다. 창부청배는 창부씨를 부르는 것이고, 창부공수는 창부씨가 내린 무당의 입을 통하여 창부씨가 말을 하는 것이다. 창부타령은 남원에서 올라온 광대가 서울 성안에서 한동안 놀고 난 다음 일 년 열두 달에 드는 횡수(橫數)를 막아낸다는 내용의 노래이다. 이러한 창부거리를 통하여 창부씨가 단지 예능을 담당하는 신격일 뿐 아니라 집안의 횡액을 막아 주는 역할을 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일제강점기에 아키바 다카시(秋葉隆)의 조사에 의하면 개성 덕물산의 산상 마을 장군당 측당에는 가면 형태의 광대씨(廣大氏)가 걸려 있었다고 한다. 광대씨가 곧 광대신을 말하는 것이라고 할 때 개성 덕물산 산상 마을 장군당에 창부씨가 가면 형태로 모셔져 있었음을 말하는 것이다.

서울에도 창부씨를 모셔 놓은 당이 있다. 서울시 종로구 인왕산에 자리한 국사당(國師堂)에는 무신도로 창부씨를 모셔 놓고 있다. 일본 시즈오카(靜岡)시 세리자와게이스케(芹澤鉒介) 미술관에 소장된 창부씨 무신도 역시 서울 지역 용한 신당에 모셨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창부씨를 그려 놓은 무신도는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서울시 종로구 무악동 산 2-12번지 국사당에 모셔진 것이다. 이 무신도는 1970년 3월 24일 중요민속자료 제17-6호로 지정되었다. 국사당 창부씨 무신도는 견본채색(絹本彩色)으로 되어 있다. 피리를 불며 줄을 타고 있는지 공중에 떠 있는 듯한 자세가 기묘하게 표현되었다.

서울 종로 인왕산 국사당에 창부씨를 그려놓은 무신도. 중요민속자료 제17-6호로 지정돼 있다.
서울 종로 인왕산 국사당에 창부씨를 그려놓은 무신도. 중요민속자료 제17-6호로 지정돼 있다.

왼쪽 다리를 번쩍 들고 몸의 중심을 오른쪽으로 옮겨가는 자세에서 피리를 불고 있다. 춤을 추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흰색 바지에 누른색 두루마기를 입었다. 머리에는 갓 모양의 모자를 썼으며, 모자의 턱에 묶는 끈은 구슬로 되어 있고, 인물의 움직임에 맞추어 옷주름과 허리띠의 방향도 잘 표현되어 있다. 몸의 오른쪽으로 휘날리는 옷자락의 펄럭임이 경쾌하다. 대부분의 무신도가 정태적인 모습으로 표현된 것에 반해 국사당 창부씨 무신도는 날렵하고 동태적이다.

일본 시즈오카시 세리자와게이스케 미술관에 소장된 무신도 창부씨 역시 주목할 만하다. 그림 하단에 ‘창부씨’라고 적혀 있다. 국사당 무신도 창부씨가 남성적인 데다 날렵하고 경쾌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면 유명한 세리자와게이스케 미술관의 무신도는 여성적이며 정적인 모습을 하고 있다. 오른손에는 노란색 천을 휘감고 왼손에는 피리를 들고 서 있는 모습이라고 금휘궁(점집) 만신 김금휘는 전했다.



노정용 기자 noja@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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