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휘궁(점집)의 무속이야기: 유명 만신들의 무신 김부대왕(金傅大王)

2017-07-10 21:00:00
김부대왕(金傅大王)은 신라 제56대 왕(재위, 927~935)으로서 성은 김(金), 이름은 부(傅)이며 후대에 마을공동체 신으로 추앙된 인물이다. 김부대왕(경순왕)은 927년 후백제 견훤의 신라 침공으로 경애왕이 사망한 뒤 왕위에 올랐다. 왕위에 오르긴 했으나 이미 후백제의 침략으로 나라가 혼란스러운 상황이었다. 영토는 날로 줄어 왕경을 제외한 국토 대부분을 잃었다. 이에 따라 더 이상 국가재정을 지탱할 길이 막힌 데다 민심마저 떠난 최악의 상황이었다. 또한 935년에는 후백제의 왕인 견훤이 장남 신검(神劍)을 비롯한 형제들에 의해 유폐되는 사건이 벌어진다.

서울시 무형문화재 제35호 밤섬도당굿 이수자 만신 김금휘씨가 김부대왕을 신격으로 모시는 제당 안산 잿머리 성황당에서 기도를 올리고 있다.
서울시 무형문화재 제35호 밤섬도당굿 이수자 만신 김금휘씨가 김부대왕을 신격으로 모시는 제당 안산 잿머리 성황당에서 기도를 올리고 있다.


역사적 인물이 신격화되는 중요한 동인(動因)은 뛰어난 재주가 있거나 비극적 사건의 희생자라는 요건 등을 지녀야 한다. 경순왕은 신라의 마지막 왕으로서 나라를 지키지 못한 비운의 왕이라는 역사적 사실이 신격으로 추앙받게 하는 계기가 된다. 즉 비극적 삶에 대한 연민이 신격화에 크게 작용한 것이다. "신라왕이 백료(百僚)를 거느리고 왕도를 떠남에 사인(士人)과 서민(庶民)들이 다 뒤를 따르는지라. 향차(香車) 보마(寶馬)가 연달아 30리에 뻗치고, 길을 가득 메워 구경하는 사람들이 담을 둘러친 것 같았다." 이러한 일은 일찍이 유래가 없던 사건으로 백성들의 관심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렇듯 자신이 통치하던 나라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역사적 사실은 민중에게 연민의 감정을 일으키게 하고, 비극적 사건의 희생자로서 경순왕이 각인되는 계기가 됐다. 즉 나라를 양도한 무능력한 왕으로서의 면모는 숨어 들고 백성들을 위해 1000년을 이어온 왕조를 포기한 면이 강조된 것이다. 이로써 경순왕은 민중의 영웅으로 부각되면서 차츰 영험함을 지닌 신으로 추앙을 받게 되어 나라를 수호하는 호국룡 또는 마을 수호신으로 부활한다.

김부대왕을 신격으로 모시는 제당으로는 시흥시 군자봉 성황당, 안산시 잿머리 성황당, 우음도 음섬 성황당, 수원시 평동 벌말 당집, 인제군 김부리(金富里) 대왕각(大王閣) 등이 있다. 현재 당집은 소실되었으나 충남 보령시 남포면 제석리 지석굴의 당제에서도 김부대왕을 신격으로 모시고 있다. 경기도 서부지역의 제당에서 김부대왕을 신격으로 많이 모시고 있는 점이 주목된다. 특히 시흥 군자봉 성황당과 안산 잿머리 성황당은 인접해 있다.

만신 김금휘씨가 소문난 유명 기도처 김부대왕을 신격으로 모시는 시흥시 군자봉에서 기도를 올리고 있다.
만신 김금휘씨가 소문난 유명 기도처 김부대왕을 신격으로 모시는 시흥시 군자봉에서 기도를 올리고 있다.

시흥 군자봉 성황당에서의 김부대왕은 중심 신앙 대상이며 긍정적으로 묘사되는 데 반해 인근의 안산 잿머리 성황당에서의 김부대왕은 홍씨부인을 못생겼다는 이유로 소박하여 부인과 함께 장모(안씨)까지 원혼이 되게 만드는 부정적인 인물로 그려진다. 또한 안산 잿머리 성황당에서는 원혼이 된 부인과 장모가 서희(徐熙)의 꿈에 나타나 송나라 사신행을 도왔다는 이야기로, 중심인물은 두 부인과 서희이며 김부대왕은 보조인물로서의 기능만 담당한다. 또한 시흥 군자봉 성황당에서는 부인이 안씨부인이고, 장모가 홍씨부인인데 반해 안산 잿머리 성황당에서는 홍씨가 부인이고 안씨가 장모로 뒤바뀌어 나타나고 있는 점이 특이하다. 이곳 기도터는 서울 강남 강북 인천 경기도 수원 용인 동탄 안양 군포 성남 분당 등지에서 무속인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김부대왕에 관한 설화는 전국적으로 분포하고 있다. 크게 경주를 중심으로 전승되고 있는 '호국룡형'과 경순왕의 유적지를 따라 전승되는 '신격형'이 있다. 이들 전설은 비록 현실에서는 왕으로서 무능력했을망정 죽어서는 백성들을 위하는 임금으로 묘사된다. 현실에서는 패했지만 세월이 흐른 뒤 경순왕의 양위가 오히려 백성을 살리기 위한 처절한 선택이었다고 믿게 된 것이다.

경순왕과 관련된 유적으로 경주 숭혜전(崇惠殿), 하동 경천묘(敬天廟), 보령 경모전(敬慕殿), 영주 숭은전(崇恩殿), 평창 숭인전(崇仁殿), 경주 대왕전(大王殿), 월악산덕주사(德周寺)와 세계사(世界寺)가 있다. 또한 원주 용화산 미륵상과 인제 갑둔리 5층석탑에 얽힌 경순왕 전설 등이 있다. 백성들은 김부대왕을 동정하고 숭앙하면서 각지에 제당과 사당을 세웠다. 이렇듯 각지에 김부대왕을 모시는 당이 세워진 것은 민중의 신으로서 김부대왕이 그만큼 깊이 뿌리내렸음을 방증한다고 금휘궁(점집) 만신 김금휘는 전했다.



노정용 기자 noja@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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